경제 유튜브 채널 ‘쩐문가’에서 제 인터뷰를 다시 묶어 긴 영상으로 올려주셨습니다. 배당 포트폴리오와 사교육비 이야기는 이미 블로그에 따로 정리했는데(월배당 260만 원 포트폴리오, 사교육비 vs 노후 시드), 이번 영상에는 앞선 글에서 다루지 않은 대목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파이어하면 해외에서 살고 싶지 않으냐”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살면서 해외에서 산 기간이 모두 17년 좀 넘습니다. 그리고 세미파이어를 한 지금, 여행은 가도 사는 곳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그 결정을 감정이 아니라 숫자와 제도로 풀어본 기록입니다.
> 이 글은 “해외에 가지 마세요”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기은퇴 후 해외 한 달 살기나 이주를 고민하는 분이 출발 전에 계산에 넣어야 할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공개하는 개인 숫자는 인터뷰 영상에서 밝힌 범위(자산 6억대, 월배당 약 260만 원)까지입니다.
여행지는 누구에게나 천국입니다 — 소비자로만 있을 때는
해외에 오래 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건 이것입니다. 내가 쓰고 누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만 머물면, 어느 나라든 천국입니다.
일주일 여행을 간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호텔비와 현지 경비를 합쳐 300만 원쯤을 예상하십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일주일 동안 300만 원을 쓴다고 상상해 보세요. 먹을 것, 볼 것, 살 것이 넘쳐나서 아마 아주 신나게 쓰실 겁니다. 우리가 해외에서 느끼는 해방감의 상당 부분은 그 나라가 좋아서라기보다 “일하지 않고 돈만 쓰는 일주일”이라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현지에 사는 사람은 다릅니다.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먹고살 돈을 벌어야 하고, 내기 싫어도 세금을 내야 하고, 아프면 의료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날씨 좋은 나라에서 바나나를 따 먹고 사는 사람도 결국 바나나 나무에는 직접 올라가야 합니다.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여행자가 안 내는 비용, 생활자가 내는 비용
해외 한 달 살기와 실제 거주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여행 경비에는 잡히지 않지만, 거주를 시작하는 순간 청구서로 날아오는 것들입니다.
| 항목 | 여행자(1주~1개월) | 생활자(1년 이상) |
|---|---|---|
| 세금 | 부가세 정도 (일부 환급) | 소득세·재산세·지방세 등 현지 세법 적용 |
| 의료 | 여행자보험으로 응급 위주 | 현지 공보험 또는 민간보험료 매달 부담 |
| 치안 비용 | 관광지 위주 동선이라 체감 낮음 | 주거지 선택·차량·보안에 비용 지출 |
| 육아·이동 | 거의 해당 없음 | 등하교·학원 픽업을 부모가 직접 (차량 필수 지역 다수) |
| 행정 | 없음 | 비자 갱신, 은행 계좌, 세금 신고 |
| 생활 편의 | 호텔·관광 서비스 이용 | 배달·수리·민원 속도를 그대로 체감 |
저는 미국에서 살 때 차 안에 동전 몇 개만 둬도 유리창이 깨질 수 있다는 걸 늘 신경 써야 했습니다.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런 걱정에 쓰는 에너지가 거의 0입니다. 배달은 빠르고, 서비스는 친절하고, 밤길도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은 가계부에 안 잡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자산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해외에서는 학교가 끝날 무렵 교문 앞에 부모의 픽업 차량이 줄을 섭니다. 아이가 여럿이면 부모가 하루 종일 운전기사가 됩니다. “해외 가면 애 키우기 편하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파이어족에게 가장 비싼 건 의료비입니다
조기은퇴자의 해외살이에서 제가 가장 먼저 따져보라고 말씀드리는 항목은 건강보험입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비용으로 인식이 안 되는데, 해외로 나가면 가장 먼저 체감하는 차이입니다.
비교를 위해 미국의 공신력 있는 조사를 가져왔습니다. 미국 비영리 보건정책 연구기관 KFF의 「2025 Employer Health Benefits Survey」에 따르면, 직장 건강보험의 연평균 보험료는 1인 가입 9,325달러, 가족 가입 26,993달러입니다. 이건 회사가 상당 부분을 내주는 직장보험 기준이고, 회사가 없는 조기은퇴자는 개인 보험을 따로 사야 합니다.
| 구분 | 연간 | 월 환산 (1달러=1,440원 가정) |
|---|---|---|
| 미국 직장보험 평균 — 1인 | 9,325달러 | 약 112만 원 |
| 미국 직장보험 평균 — 가족 | 26,993달러 | 약 324만 원 |
| 한국 지역가입자 — 과세 금융소득 연 2,000만 원 (소득분만) | 약 163만 원 | 약 13만 6천 원 |
| 한국 지역가입자 — 과세 금융소득 연 3,000만 원 (소득분만) | 약 244만 원 | 약 20만 3천 원 |
한국 수치는 2026년 건강보험료율 7.19%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산한 소득분 보험료입니다. 재산분은 세대마다 달라 제외했습니다. 미국 수치는 보험료만이며, 본인부담금(디덕터블)은 별도입니다.
물론 두 나라 제도를 1:1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보장 범위도, 병원 이용 방식도 다릅니다. 하지만 한 달 배당금 260만 원으로 사는 세미파이어의 생활비 구조에서, 보험료가 월 10~20만 원대냐 100만 원대냐는 계획 전체를 바꾸는 차이입니다. 한국 건보료가 배당소득에 따라 얼마나 나오는지는 피부양자·지역가입자 건보료 글에 구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해외 한 달 살기 전에 알아야 할 건강보험 규칙 3가지
한국 건강보험 가입자가 해외에 오래 머물면 급여정지와 보험료 면제라는 제도가 작동합니다. 파이어 후 장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이 규칙부터 알아두셔야 합니다.
| 규칙 | 내용 | 근거 |
|---|---|---|
| ① 3개월 이상 체류 시 급여정지 | 국외에 3개월 이상 머물면 출국일 다음 날부터 보험급여가 정지됩니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4조 |
| ② 지역가입자는 본인 몫이 빠짐 |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지역가입자는 그 사람의 소득·재산 부과분이 제외됩니다. 세대 전체가 면제되는 건 아닙니다 | 같은 법 제74조 |
| ③ 입국하면 즉시 해제 | 2025년 7월 1일부터 입국하는 순간 급여정지가 풀립니다. 예전처럼 잠깐 들어왔다 나가며 면제를 유지하는 방식은 막혔습니다 | 공단 운영 기준 변경 |
직장가입자는 국내에 피부양자가 없어야 면제 대상이 되고, 업무상 해외 체류는 1개월 이상부터 적용되는 등 가입 유형별로 조건이 다릅니다. 정확한 적용 여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서 본인 상황으로 확인하시고, 애매하면 공단 고객센터(1577-1000)에 문의하시는 게 가장 빠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입국하는 순간 정지가 풀리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보험료 부과도 다시 시작됩니다. “평소엔 해외에 있으면서 보험료는 면제받고, 아플 때만 잠깐 들어와 치료받자”는 계산은 2025년 7월 이후로는 제도상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휴가에 몰아 쓰는 돈, ‘보상 소비’의 구조
해외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인터뷰 후반부에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저는 일을 하거나 부수입을 벌려고 일을 더 하던 시절, 고생한 만큼 한 번에 크게 쓰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단순합니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으니까요. 휴가는 날짜가 정해져 있고, 그마저도 회사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건 결국 돈을 쓰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쓰고 나면 며칠 뒤엔 허무했습니다. 의미 있는 투자가 된 것도 아니었고요.
세미파이어를 하고 나서 달라진 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자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줄었다는 점입니다. 일을 몰아서 하고 쉬고 싶을 때 쉬면 되니, 휴가철에 한꺼번에 보상받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제게 진짜 자유는 비싼 명품 가방이 아니라 집에서 잠옷 입고, 강아지 옆에서, 누구에게 멋있게 보일 필요 없이 글을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 구분 | 시간이 묶여 있을 때 | 시간을 내 뜻대로 쓸 때 |
|---|---|---|
| 휴가 | 정해진 기간·허가 필요 | 일정을 스스로 조정 |
| 소비 동기 | 짧은 시간에 보상받으려는 몰아 쓰기 |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
| 여행 형태 | 성수기·단기·고비용 | 비수기·중기·저비용 선택 가능 |
| 소비 후 감정 | 며칠 뒤 허무함 | 일상의 평온함 유지 |

여행 300만 원을 시드로 돌리면 얼마가 되나
그렇다면 “매년 한 번 300만 원짜리 해외여행”을 시드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매년 초 300만 원을 적립한다고 가정한 일반 복리 계산입니다. 제 계좌 실적이 아니라 가정 수익률에 따른 예시이고, 실제 시장은 이렇게 매끄럽지 않습니다.
| 기간 | 원금 | 연 5% 가정 | 연 7% 가정 |
|---|---|---|---|
| 10년 | 3,000만 원 | 약 3,962만 원 | 약 4,435만 원 |
| 20년 | 6,000만 원 | 약 1억 416만 원 | 약 1억 3,160만 원 |
이 금액을 연 4% 분배로 가정하고 배당소득세 15.4%를 떼면, 20년 뒤 월 29만~37만 원의 현금흐름이 됩니다. 1년에 일주일 여행 한 번이 20년 뒤 매달 들어오는 배당 수십만 원과 바뀌는 셈입니다.
반대 방향으로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파이어에 필요한 자산은 “월 생활비 ÷ 세후 분배율” 로 결정됩니다. 생활비를 줄이면 필요한 시드 자체가 줄어듭니다.
| 월 생활비를 줄인 금액 | 필요 시드 감소분 (분배율 4%, 세후 3.38% 가정) |
|---|---|
| 10만 원 | 약 3,546만 원 |
| 30만 원 | 약 1억 638만 원 |
| 50만 원 | 약 1억 7,730만 원 |
| 100만 원 | 약 3억 5,461만 원 |
인터뷰에서 “오늘 쓴 돈 때문에 1년 뒤 자산이 1,000만 원 덜 늘어나면, 그만큼 몇 년을 더 일해야 한다”고 말한 게 바로 이 계산입니다. 월 10만 원의 생활비는 3,500만 원짜리 시드와 같은 무게입니다. 제가 용돈을 월 5만 원까지 줄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과정은 용돈 월 5만 원으로 버틴 10년에 따로 썼습니다.
그래도 해외살이를 고민한다면 — 반대편의 계산
공정하게 반대편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해외살이가 합리적인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첫째, 생활비가 확실히 낮은 나라. 동남아 일부 지역처럼 주거비·식비가 한국보다 낮은 곳에서는 같은 배당금으로 더 넉넉하게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의료 수준, 민간보험료, 비자 요건, 환율 변동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배당금이 원화로 들어오는데 생활비는 현지 통화로 나간다면 환율이 곧 생활비 변수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달러 현금 비중을 늘 일정 부분 유지합니다.
둘째, 경험 자체가 목적인 경우. 젊을 때의 해외 경험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여행보다 짧더라도 현지에서 일해 보는 것입니다. 세 달짜리 인턴십이라도 좋습니다.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고, 병원에 가 보면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이 보이고, 반대로 한국에서 누리던 것들이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도 알게 됩니다.
셋째, 제 판단의 한계. 제 결론은 17년 이상 해외 생활을 해본 그리고 해외에서 아이를 키워본 한 사람의 경험입니다. 살았던 나라, 시기, 가족 상황이 다르면 결론도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정답이 아니라 출발 전에 숫자로 확인해 볼 체크리스트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남기로 한 이유, 세 줄 요약
1. 여행지의 행복은 대부분 ‘일하지 않고 쓰는 일주일’에서 나옵니다. 그 조건은 서울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2. 파이어족의 생활비 계획에서 의료비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한국 건보료는 배당 생활자에게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비용입니다.
3. 시간이 자유로워지면 보상 소비가 줄어듭니다. 줄어든 생활비는 곧 줄어든 필요 시드입니다.
여행은 앞으로도 갈 겁니다. 다만 도망치듯 가는 여행이 아니라, 비수기에 천천히 다녀오는 여행으로요. 매일의 평온함은 이미 여기 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1. 해외 한 달 살기를 가면 건강보험료를 안 내도 되나요?
1개월 정도로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급여정지와 보험료 면제는 원칙적으로 3개월 이상 국외 체류가 기준입니다. 업무상 체류하는 직장가입자 등 일부는 1개월 이상 기준이 적용되니 본인 가입 유형으로 공단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2. 해외 체류 중 잠깐 한국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요?
2025년 7월 1일부터는 입국하는 순간 급여정지가 해제됩니다. 다시 3개월 이상 나갈 계획이라면 출국 전에 정지를 다시 신청해야 하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월 1일이 지나면 보험료가 다시 부과됩니다.
Q3. 지역가입자인데 저만 해외에 나가면 세대 보험료가 전부 면제되나요?
아닙니다. 3개월 이상 체류하는 그 가입자의 소득·재산 부과분만 제외됩니다. 한국에 남아 있는 다른 세대원의 몫은 그대로 부과됩니다.
Q4. 해외 생활비가 싼 나라에서 배당으로 살면 더 유리하지 않나요?
생활비만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환율, 현지 의료비와 민간보험료, 비자 요건, 현지 세법(거주자 판정)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특히 배당이 원화로 들어오고 생활비는 현지 통화로 나간다면 환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됩니다.
Q5. 여행을 아예 가지 말라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여행 자체보다 “시간이 없어서 짧게 몰아 쓰는 보상 소비” 구조를 경계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을 조정할 수 있으면 비수기에 더 적은 비용으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Q6. 생활비를 줄이면 필요한 파이어 자산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세전 분배율 4%, 배당소득세 15.4%를 가정하면 월 10만 원을 줄일 때마다 필요 시드가 약 3,546만 원 줄어듭니다. 분배율 가정이 달라지면 숫자도 달라지니, 본인 포트폴리오의 세후 분배율로 다시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 면책: 이 글은 특정 국가로의 이주나 특정 상품에 대한 권유가 아니며, 복리 계산과 환산 수치는 모두 가정에 따른 예시입니다. 건강보험·세법 규정은 개정될 수 있고 가입 유형과 개인 상황에 따라 적용이 달라집니다. 실제 판단 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식 기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보험료 수치는 KFF 「2025 Employer Health Benefits Survey」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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